목회 칼럼
모래와 바람, 그리고 별

모래와 바람, 그리고 별

December 3, 2023

추수감사절 연휴 첫째 날 새벽 미명, 우리 가족은 데스 밸리(Death Valley)를 향했습니다. 깜깜한 어둠이 물러가고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는 저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말로만 듣던 여기, 데스 밸리 사막의 광활함을 마주한 순간, 저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습니다. 바위, 모래, 그리고 바람. 이 세 가지를 재료로 삼아 이토록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내시는 창조주의 솜씨에 온 몸이 전율하는듯 했습니다. Sand Dunes 이라는 사막 언덕에서 넋을 잃고 둘러보다, 쌩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왕자가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하자,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가 그의 말에 화답합니다.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거야. ……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바위와 모래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따가운 햇볕과 모래바람 외에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사막에 무려 1,000여종의 동식물과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사막의 밤이 되자, 저의 입에선 또다시 “우와! 와우!” 그저 탄성만 쏟아졌습니다. 밝은 대낮에는 볼 수 없었던 깨알같은 별들이 드넓은 밤하늘에 촘촘히 보석처럼 박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사막에서 올려다보는 밤하늘의 별은 도심에서 보는 그런 별이 아니었습니다. 살아서 춤을 추는 것만 같은 이 영롱한 별들이 도심의 밤하늘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의 삶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사막 같을 때가 있습니다. 사랑도, 희망도, 평안도, 소명도, 가야할 길도, 해야 할 일도… 도무지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을 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1박 2일간의 짧은 여행을 통해 사막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사막에 어둠이 내리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최준우 목사는 현재 남가주에 위치한 좋은 비전교회 목회를 담임하고 있다. 오직 하나님만을 예배하는 예배 공동체, 예수님의 제자로 양육하는 제자훈련 공동체, 다음 세대를 성경적 리더로 준비하는 차세대 공동체, 코이노니아의 기쁨이 넘치는 사랑공동체, 복음으로 세상과 이웃을 섬기는 선교 공동체를 꿈꾸며 오늘도 그러한 교회를 세우는데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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