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가을에는...

가을에는...

October 1, 2023

가을에는……

( ‘에제르 중보기도 모임’을 시작하며 )

 

어느덧 2023년의 가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아직 깜깜한 이른 새벽, 교회에 가려 집을 나섰다가갑자기 싸늘해진 바깥 공기에 얼른 집에 들어가 긴팔 옷으로 갈아 입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사랑하는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떠올려 봅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떨어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마른 나뭇가지 위에 날개를 접고 앉은 까마귀처럼, 우리도 숨가쁜 날개짓을 잠시 멈추고 호올로 있는 시간을 가질 때, 우리는 좀더 영글고 단단한 삶, 그리스도께 뿌리가 깊이 박힌 성도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을은 기도하기 딱 좋은 계절입니다. 성경 본문 중에 “기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절은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마 7:7)입니다.

이 말씀을 곰곰히 묵상해 보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문제도 없을것이라는 가정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절박한 상황,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거나 인생의 모든 문이 닫히는 것과 같은 막막한 일이 생긴다는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구하고, 찾고, 두드리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있어야 할 그것이 내게 없다면 그것은“구하라”는 하나님의 메세지이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는 것은 “찾으라”는 하나님의 사인(sign)이며, 내 삶의 모든 문이닫히는 순간은 “두드리라”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인생의 바다에서 사나운 풍파를 만날때, 사탄은일단 우리의 마음을 낙심하게 하고, 하나님을 오해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때 하나님의 사인(sign)은 명확합니다. “기도하라”입니다. 우리는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존재(살아계심)임재(함께하심)을 다시금 확신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2023년가을, 우리 교회는 “에제르 중보기도 모임”을 시작합니다. 히브리어 “에제르”“도움”이라는 의미입니다.어느 누구도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데, 바로 기도를통해 하나님의 선한 손이 우리를 도우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기도로 우리는 누군가를도울 수 있고, 기도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그리고 한해의 마지막 3개월을 주님 앞에서 이렇게 살게 하소서.

최준우 목사는 현재 남가주에 위치한 좋은 비전교회 목회를 담임하고 있다. 오직 하나님만을 예배하는 예배 공동체, 예수님의 제자로 양육하는 제자훈련 공동체, 다음 세대를 성경적 리더로 준비하는 차세대 공동체, 코이노니아의 기쁨이 넘치는 사랑공동체, 복음으로 세상과 이웃을 섬기는 선교 공동체를 꿈꾸며 오늘도 그러한 교회를 세우는데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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