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쉼표 하나,)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낯선 길을 걸을 때

(쉼표 하나,)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낯선 길을 걸을 때

July 10, 2022

(쉼표 하나,)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낯선 길을 걸을 때

“쉼표 없는 악보는 명곡(名曲)이라도 연주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명곡이라도 쉼표 없이 계속 연주를 한다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멈출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첼로나 바이올린을비롯한 현악기 연주가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는 현을 반드시 풀어 두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계속악기의 현을 죄어 둔 상태로 두면, 얼마 못가서 악기가 휘게 되고, 결국은더 이상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도 삶의 줄(현)을 팽팽하게 매어둘 때와 느슨하게 풀어둘 때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가 꼭 필요해 보입니다.

고대하던 여름 휴가 첫 주간을 보낸 곳은 오레건(Oregon)주의 포틀랜드(Portland)입니다. 포틀랜드가 자랑하는 명소들을 찾아다니던 중, 저의 마음에 오랫동안소장될 보물 같은 곳을 발견했는데, 높이 620피트(약 189미터)의 멀트노마폭포(Multnomah Falls)입니다. 거대한물줄기가 낙하하면서 뿜어내는 천지를 진동하는 듯한 폭포 소리, 엄청난 폭포수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흩날리는시원한 물보라를 온 몸으로 받는 순간,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감격이 차 올랐습니다.

다음날 아침, 전날의감동을 더 확실하게 느끼고 싶은 저는 다른 스케줄을 조정하고, 여섯 개의 폭포를 다 도는 산행 완주를위해 혼자 다시 찾아갔습니다. 주먹밥과 간식, 물병 등 만반의준비를 하고 숙소를 나서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콜럼비아 강(Columbia River)을 따라 멀트노마 폭포로 가는 하이웨이에선 억수같은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장장 4시간의 멀트노마 폭포 산행은 또 한번 저의기억 속에 영원히 잊지 못할 주님과의 추억을 쌓는 길이 되었습니다.

비내린 직후라 아주 미끄러워진 트레일(trail), 내가 내딛는 발만 보일 정도로 눈앞을 가린 짙은 안개와 고개를 들면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빽빽한수풀에 보이지 않는 하늘, 그 수풀에 맺힌 빗방울로 인해 어느새 흠뻑 젖은 몸… 처음엔 이 모든 환경이 쉽진 않았지만, 이내 익숙해졌고 참을 만했습니다. 그러나 꽤 오랫동안 저를 사로잡았던 무서움은 산행을 너무 일찍 시작한 탓에 산 능선을 걸어가는 세 시간 동안사람 구경을 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한번도 가 보지 않은 낯선 산길을 걸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겁도 없이 혼자 왜 이 낯선 길에도전했을까? 그냥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갈까?’라는 생각을수십 번도 했지만, 수많은 생각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PLEASE STAY ON PAVED TRAIL”이라는 팻말 덕분이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우리 역시 미끄러운 길, 짙은 안개와 어둠, 사방이 빽빽한 밀림, 또 우리 곁에 동행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황을 만날지라도 [주어진길을 벗어나지 않고, 묵묵히 그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이를 것이라는 배움을 얻는 산행이었습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걸을 때, 내가 지금 가는 이 길에 대한 확신이 희미해지고 회의감이 뭉게뭉게 피어오를 때마다, 이제 저는 “PLEASE STAY ON PAVED TRAIL” 이말을 기억할 것입니다.

최준우 목사는 현재 남가주에 위치한 좋은 비전교회 목회를 담임하고 있다. 오직 하나님만을 예배하는 예배 공동체, 예수님의 제자로 양육하는 제자훈련 공동체, 다음 세대를 성경적 리더로 준비하는 차세대 공동체, 코이노니아의 기쁨이 넘치는 사랑공동체, 복음으로 세상과 이웃을 섬기는 선교 공동체를 꿈꾸며 오늘도 그러한 교회를 세우는데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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